3기 선발자 세전메: 갈래길 (그림동화-PDF 파일)
박**
2022-11-28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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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희망 장학금 3기에 지원한, 정치외교학과 4학년 박*현입니다.
내면의 소리함을 작성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왜 이렇게 글 쓰는 게 어렵지?’였습니다. ^^
마음속 이야기를 ‘자유롭게’ 작성하라는 취지가 무색하게도 제 손가락은 키보드 위에서 머뭇거리기 일쑤였습니다. 몇 주 간 고민했음에도 두 세 문장밖에 적지 못한 항목도 있을 정도였습니다.
실은 마감일을 며칠 앞둔 시점, 완성되지 못한 빈 문서를 멍하니 바라보던 그 때 결국 지원서 작성을 포기하자고 마음 먹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에 돌아보니 그때 그것은, 과연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 건지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어 준 거 같습니다.
어릴 적 글쓰기는 분명 제게 있어 마냥 즐겁고 행복한 것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너무나도 고민되는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대체 내 배출로는 어디서부터 막혀버린 거지...??
생각은 가장 먼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제가 가장 자유롭게 상상력을 펼쳐보이던 무렵에 이르렀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이야기’를 통해 펼쳐지는 세계가 매우 매력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이들이 만나 색색의 감정들이 섞이고 부딪치면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집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여러 가지 색의 털실들이 서로 엮이면 예쁜 목도리가 되듯이 말입니다.
이렇게 등장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세계는 모 연예인이 말했듯, 짜릿하고 늘 새로웠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 중 시각적으로 내용을 직접 보여주지 않아 제 상상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동화나 소설을 특히 좋아했습니다.
좋아하다 못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싶어할 지경이었던 그 당시의 제게는 하교길 필수 루틴이 있었습니다.
바로 친구와 매일 새로운 동화를 만들어내며 하교하는 것이었습니다.
‘파란 세탁소 간판’이나 ‘빨간 펭귄 인형’처럼 매일 길거리에 보이는 임의의 사물과 임의의 색을 골라 소재를 정하고 서로 한 문장씩 번갈아가며 이야기를 이어가며 상상 속 세계에 흠뻑 빠져있다 보면 금세 집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낸 단편동화는 귀가 후 일기장에 적어두었다가 종종 일기 대신 숙제로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어린 시절, 머릿속 상상을 마음대로 흩뿌려내고 이를 글로 옮기는 일은 제게 있어 일상이었고 즐거움이었던 것이 떠올랐습니다.
생각의 흐름은 다시 이어져 내려가, 제 글이 평가 받기 시작한 무렵에 닿았습니다.
아마 자유롭게 생각을 토해내는 것이 어려워진 것은 이때부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 무렵부터 제가 적어낸 글은 얼마나 논리적인지, 얼마나 정확하게 맞춤법을 지켰는지, 얼마나 형식을 잘 지켰는지와 같은 딱딱한 기준에 맞춰 매겨진 점수와 함께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제 점수는 다른 친구들의 점수와 만나 긴 순위표가 되어 우열이 생겨버렸습니다.
부족하다는 평가는 조급함을 불러일으켰고 갑작스레 찾아온 경쟁의 소용돌이에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내가 하고 싶은 말보다는 심사위원들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일지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틀에 맞지도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은 생각들은 그 과정에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으므로, 남들이 생각하는 ‘정답’만을 찾아 그것을 담아내는 데에만 몰두하다 보니 더 이상 글쓰기는 즐겁지 않았습니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 저는 왜 내면의 소리함 작성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 되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을 적기보단, 어떻게 써야 더 그럴 듯하고 괜찮은 글처럼 보일지, ‘정답이 무엇일지’ 고민하는 제 심리 혹은 '자아'가 여기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전에 작성했던 내면의 소리함을 전부 지워버렸습니다. '잘 보이는 데' 연연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을 쓰자'는 생각에서였습니다.
반쯤 에라 모르겠다하는 심정으로 내면의 소리함을 새로 적어나가자, 오히려 앞서 적었던 글보다 술술 진행되었습니다.
내면의 소리함을 적기 위해 고민하며 다시금 ‘앤코이가 말합니다’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전에는 정답이 될 만한 힌트를 찾는 데 급급해, 별 감흥 없이 읽었었는데, 고민의 원인을 정확히 찾고 난 후에 다시 읽게 된 ‘앤코이가 말합니다’는 정말 색다르게 다가왔습니다.
공감되는 글귀가 굉장히 많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머리 속의 목소리를
잠재우는 방법’은 제가 생각한 바와 매우 비슷했습니다.
저
또한 제 스스로가 불완전하다는 남들의 거짓말을 믿고 바깥에서 만들어진 기준만을 맞추고자 노력해왔고, 그 결과 막상 이렇게 저만의 이야기를 뱉어낼
기회가 주어져도 이를 활용하지 못하고 어려워하게 되었는데, 이 글은 제 모습을 그대로 비추고 있는 듯
해 정곡을 찔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래에 첨부된 세전메(세상을 전하는 나의 메시지)로, 고등학생 때 만들었던 동화를 공유하고자 한 것은 바로 같은 맥락입니다.
내면의 소리함을 작성하며 제가 느낀 바를 무엇보다도 잘 나타내줄 수 있는 작품(동화)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 때처럼 아무런 제약도 제한도 없는 시절은 아닐지라도, 지금보다 훨씬 사고의 폭이 넓고 자유로웠던 고등학생 때의 제 이야기가 더 솔직한 제 안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출한 '세전메'는 고 2 때, 도서관에서 빌린 카프카 단편집 뒤에 함께 실려 있었던 '법 앞에서' 를 읽고, 직접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린 동화입니다.
법 앞에서 의 내용 중 문지기가 '이것은 사실 너를 위한 입구였다.' 고 말한 부분이 저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만을 위한 길이 기다리고 있는데, 남들이 다 가는 길만을 정답으로 알고 쫒다가 정작 '내 길'을 알아보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동화로 만들어보고 싶어, 부족하나마 직접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려 학년 문집 공모전에 응모하였고, 감사하게도 선발되어 학년 문집에 제 작품을 실을 수 있었습니다. (증빙 자료는 추가서류로 첨부하였습니다.)
'갈래길' 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이는 보금자리를 벗어나 자신의 길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여러 갈림길을 마주하게 됩니다.
아이는 처음엔 무엇을 찾아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만나는 여러 친구들에게 자신이 가야 할 길을 묻습니다.
상추는 제자리에서 있었기 때문에 갈림길 너머를 모른다며 아무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기러기는 날아다니며 여러 곳을 경험했지만 아이의 목적지를 모르는 이상 도움을 줄 수 없습니다.
조개는 진주 키우기라는 자신의 맡은 바는 잘 해내는 친구지만 아이의 길은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조개의 말을 듣고 다른 이들이 모두 갔다는 길을 무작정 따라간 아이는 고생하게 됩니다.
고래 할아버지는 아이가 가야 할 길이 사실 따로 있었다는 것을 알려주는 존재입니다.
(앤코이 재단에서는 이것이 어쩌면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우리 각자 내면의 그리스도, 혹은 상위자아나 수호천사, 불성에 대한 비유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셨습니다. )
자신의 길을 따라간 아이는 길 끝에서 결국 엄마로 표현된 '행복' (혹은 '참나'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을 만나게 됩니다.
주변 친구들이 저마다 취업을 준비하는 지금 제 주변에는 안정성을 강조하며 공무원 시험이나 로스쿨을 준비하는 친구들이 대부분입니다.
고등학교 때 제가 이 동화를 적으며 생각했던 바와 비슷한 현실에 저와 친구들이 놓여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각자 자신만의 길을 찾을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모두가 똑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건 아닐까 싶네요.
그래서 저와 같은 고민을 마주하고 있는 제 또래의 친구들에게 돈, 명예, 안정성뿐만 아니라, 스스로가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좀 더 균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해보자는 메시지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내면의 소림함을 작성하는 것을 계기로, 과거를 돌아보는 김에, 제가 과거 적었던 동화와 소설을 다시 꺼내 훑어보았습니다.
개연성도 없고 너무 어설픈 글이라 웃음은 나기도 했지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내가 쓴 글이지만 정말 신기하다’하는 생각과 함께 다른 사람들의 평가와 인정을 신경 쓰지 않고 이렇게 나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정말 즐거운 일이었다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내면의 소리함을 작성하며 오랜만에 그 때의 즐거움을 다시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지원서 내 항목에서도 말씀드렸듯, 저는 아직도 나다움을 찾아가는 길 위에 서 있습니다.
또한 지금의 저처럼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많은 친구들이 있는 줄 압니다.
앤코이와의 만남이 그 길 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쁩니다.
그리고 제게 그랬듯, 제 세전메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런 기회로 가 닿기를 바래 봅니다.
이 기회를 빌어 새로운 경험의 시작으로 이끌어준 앤코이에 감사의 말을 전하며 마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 아래 첨부파일은 박*현 학생의 동의를 받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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