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선발자 세전메: 박두진의 시(하늘)
공**
2022-11-27 21:20
176
안녕하세요. 저는 언론홍보영상학부에 재학중입니다.
끊임없이 생각하는 것, 특히 ‘왜’에 대해 생각하는 것. 즉 질문을 던지는 것은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중 하나라 생각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것에 대한 궁금증은 자연히 발생하고,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적극적인 태도라고 느낍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일은 이 세상에 대한 자연 원리나 법칙에 대한 것일 수도 있지만, 타인과 사회 공동체가 만든 제도, 문화 등에 대한 것일 수도 있고, 이 경우에는 질문이 더더욱 필요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묻고, 이해하고, 질문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한번쯤은 함께 공개적으로 의견을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 어렸을 적의 모습은, 의문이 많은 타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대학교 입시과정을 거치며 많은 질문거리들이 생겼습니다.
학교라는 작은 사회와 만나고, 대입이라는 한국사회 내 중요한 사안과 직면했기 때문에 생긴 질문들이었습니다.
먼저는 교과서의 내용과 구성에 대해 의문을 품었는데, 마치 진리인 양 단언하는 문장들 앞에서 다른 결론은 없는지, 반대되는 관점은 없는지 알고 싶었습니다.
교과서에 주어진 개념과 원리 그 자체에 대해 질문하는 것을 넘어서면, 즉 교과서 이면에 숨겨진 이야기들에 대해 선생님께 질문할 때면 시원한 답변을 받지 못한 것에 답답할 때가 많았습니다.
인터넷이나 다른 서적들을 보며 의문을 해결해보기도 했지만, 많은 의문들을 모두 스스로 해결하기엔 역부족 이었습니다. (그렇게 답답하고 때론 열정적인 고민의 시간들 앞에서, 자연스레 여러 의문들을 탐구하는 학자의 길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시간을 두고 마음껏 생각하고, 의문을 풀어보는 여유가 없던 입시 시절에는, 학교라는 시스템과 대입이라는 제도 앞에 의문을 품었습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해 첫 시험에서 긴장한 나머지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던 1학년 1학기를 잊을 수 없습니다.
성적이 높고 낮을 때 달라지는 선생님들의 대우 앞에 상처를 받기도 했고, 학업에 대한 순수한 열정보다 성적에 대한 욕망이 깊어지는 제 자신을 보며 한숨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 당시 우리가 만든 제도 앞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누군가로부터 상처받는 이 상황이 의문이었습니다.
대학생이 되고 멘토링 수업을 진행하며 저도 모르게 수동적으로 행동하는 아이들을 목격했습니다.
그저 있는 그대로를 받아 외우고, 시키는 대로 따라가며, 현재 상황에 대해 큰 의문을 품지 않는 학생들을 봅니다.
이것이 누구의 잘못일까요? 대입 제도의 탓이라면, 그 제도를 만든 사람들의 탓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큰 관심과 노력이 부재한 정책결정자, 물고기 그 자체보다 고기 잡는 법을, 때로는 고기 잡아야 하는 이유를 알려주려고 노력하지 않는 교육업 종사자, 아이들에게 질문의 가치를 교육하고 질문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가정 이 모두가, 인생 선배로서 후대(아이들)에게 진정 해주어야 할 일을 하지 못했다고, 책임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질문의 내용은 아이들이 배우는 공부내용 만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습 그 자체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언론학도로서, 특히 오늘날과 같은 미디어 시대에, 미디어를 문화적 소비만이 아니라 사회를 바라보는 도구로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봅니다.)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해보고, 결국 사회는 무엇이고 그 구성원인 자신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질문하고 생각하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질문없이 대학에 오면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 옵니다.
저는 대학 수업을 들으며 매주 읽기자료에 대한 질문을 만들라는 과제 앞에서, 좋은 질문하기는 참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질문의 질적 문제는 차차 발전시켜나가더라도, 우선은 질문하는 습관 그 자체를 기를 수 있도록, 우리 사회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가르쳐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앤코이에서는 신청서를 통해 여러가지 질문을 던져 주셨는데요,
일단 주신 질문에 대해... 아직 명확한 답변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2번 질문에 대한 답변, 즉 존재의 이유가 없어서가 아니라, 분명 있는데 아직 찾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그 답변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 있습니다.
대신, 스스로를 뿌듯하게 여길 때가 언제인지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 보니, 저는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을 느낄 때 그렇습니다.
나도 무언가를 이룰 수 있는 존재라는 인식이 저를 기쁘게 만듭니다.
저를 지탱해주는 힘은 이러한 효능감에 있으며, 동시에 중요한 것이 ‘자율성’입니다.
타인의 요구 혹은 시스템 아래 기계처럼 일해야 하는 식의 모든 일을 견디기 힘들어합니다.
이미 정해져 있는 방식을 따르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스스로 계획하고 이뤄가는 과정이 진짜라고 여기고, 그 과정에서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이러한 자율성이 인정되지 않을 때, 저는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자율성을 발휘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어 입시과정에서, 학교라는 시스템과 대학입시라는 제도를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상황을 받아들이되, 공부하는 과정, 생활기록부를 만들어가는 과정 모두 제가 주체가 되어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입시에 대비하도록 노력했습니다.
제가 공부하고 경험한 것을 주변 친구들과 나누고, 다양한 대회들에 도전해보며 진로를 계획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생각지도 못한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저력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해서도, 학교 내부의 수업 시스템을 존중하고, 그 과정이 사회에 나가기 전 필수적인 지식을 쌓는 과정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되, 그 속에서도 자율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에 있습니다. 교과 활동 외에도 다양한 특강들을 찾아 듣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저는 단순히 전공 과목 및 복수 전공 과목을 정해 졸업 요건대로 듣기보단, 앞으로 내 인생에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과목들 (ex. 정치,경제,법 분야의 전공 기초과목들)을 계획을 세워 채워나가고 있습니다.
방학에는 각종 특강과 공모전에 도전하는데, 한 예로 디지털스토리텔링 특강을 듣고, 들은 것을 응용해 영상 공모전에 영상을 출품하고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제 본 전공에 대해서도 성적 우수상을 탈 정도로 기본적으로 맡은 일에 열심히 참여합니다.
이번 년도부터는 대학교와 지역사회가 연계해 진행하는 중고등학생 멘토링에 참여해 공부에서의 자율성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에 있습니다.
제가 먼저 경험해보고 중요했던 공부에 대한 자세를 알려주려 노력하고 있으며, 또 그 과정 자체가 제게 효능감을 부여합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내가 미리 배우고 경험해본 것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잘 알려줄 수 있음을 깨닫고, 어떤 배움이든 열심히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습니다.
지금의 배움이 언제 어느 순간에든, 타인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제가 몸 담고 있는 학과 및 희망 진로 방향이 미디어 분야인데, 오늘날 같은 정보화 시대에 미디어에 대한 ‘자율성’이 더 많이 필요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우리 삶에 밀접히 들어온 미디어에 대해, 사람들이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이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미디어에 끌려 다니고, 미디어로 인해 삶의 패턴이 깨지고, 우울감을 앓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삶을 소중히 여기고, 미디어를 건강하게, 주체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근 멘토링을 통해 이전의 배움(중고등학교 시절의 배움)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듯이, 지금, 대학생 시절의 배움이 다른 사람, 특히 미디어에 의해 고통 받거나 힘들어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종종 합니다.
자율적으로 행동할 때, 그리고 그로 인해 효능감을 느낄 때 저는 제 존재를 자각하고 행복감을 느낍니다.
다만 제가 계속 배우고 성장하려는 이유는, 자율적 존재로서의 제가 사고하고 행동할 때 그 방향이 좀더 ‘사람과 공동체’를 위한 방향으로, ‘나’만이 아니라 ‘우리’를 위한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함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적다 보니 제 존재의 이유는, 자율성을 가지고 무언가를 이룰 때 느끼는 효능감 때문이라기 보다는, 자율성과 효능감을 동력 삼아 사람을 섬기는 데에 있는 것 같습니다.
섬긴다는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타인을 사랑하고, 우리 사회 공동체에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 소명이고 존재 이유 인 듯 합니다.
저는 미디어 연구자 이면서 동시에 활동가입니다. 영화배우에서 대통령이 된 로널드 레이건을, 미디어학자이면서 활동가이기도 한 존 더럼 피터스를 롤모델로 하고 있고, 저 또한 누군가의 롤모델이 될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제 작업을 통해 ‘미디어’에 대해 적극 생각하고,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게 되었으면 합니다.
미디어 기술 발달로 우리의 소통은 편리해졌지만, 어두운 면도 있음을 인지하게 되었다고 말이죠.
무엇보다 ‘사람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데에 제가 어느 정도 일조하길 바랍니다.
이제부터는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내면의 소리’와 마주할 수 있게 한 각 문항들에 대하여 몇 자 적어 보겠습니다.
1번 문항을 마주하며, 사회에 대해 종종 품었던 의문들과 안타깝게 느껴온 지점들을 떠올렸습니다.
그러다 시선을 제 안으로 돌렸습니다.
‘앞서 생각한 우리 사회의 모습들(바뀌어야 하는 지점들)을 위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지?’
이 질문에 도달했을 때, 순간 그 질문이 거창하게 느껴졌습니다.
내가 사회변화에 조금이라도 일조할 수 있을까 싶고, 제 자신이 작게만 느껴졌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 다음, 2번 문항(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은 살아갈 때 어떤 것을 동력 삼고 있는지를 우선적으로 고민하게 했습니다. 또한 4번 문항(세전메를 택한 지원자에게 하는 질문)에서는, 세상에 메시지를 전한다면 그 내용은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하였습니다.
저는 이 두 과정을 거치며 작고 연약한 제 스스로를 되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거창하게 느껴진 질문, 내가 이 사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은 3번 문항(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나의 모습)을 작성하며 조금씩 정리되었습니다.
정말, 신청서를 작성하며 제게 큰 임팩트를 준 문항이 3번, 내가 처한 환경에 상관없이 ‘진정으로 하고싶은 일’을 이룬 모습을, ‘구체적으로, 상상하고 오감으로 느끼며’ 작성하는 것이었습니다.
이와 같은 질문은 외부로부터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경제적 여건이나 가진 능력 등으로 볼 때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던 꿈. 때론 허무맹랑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을 품었던 제 안의 이야기들을 일단 적고 보았습니다.
밖으로 꺼내기 어려워했던 이야기들, 마음 이곳저곳에 분산되어 있어 희미해진 이야기 조각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기회를 부여 받았다고 느끼고 그저 적었던 것 같습니다.
미디어 연구자이자 미디어 활동가. 왜
그동안 밖으로 꺼내지 못했을까 싶고, 막상 꺼내 보니 가능할 것 같기도 한, 저의 목표입니다.
작성하면서 사회 속 저의 존재는 살아 있다고 느꼈으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엔코이교육재단에서 말하는 ‘내면의 소리’를 마주하는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신청서를 작성하면서 다시한번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되었고, 제 내면 깊은 곳 숨겨진 무언가를 끄집어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학금의 기회와 더불어, 4가지의 의미있는 문항들을 통해 스스로와 대화할 기회를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래는 제가 세전메로 제출한 영상입니다.
< 박두진의 시: 하늘>
작년 여름방학 때 교내 특강을 듣고, 배운 바를 응용해 제작한 영상입니다.
시의 제목이기도 한 ‘하늘’은 시인 박두진도, 저도 좋아하는 자연물이고, 이 영상을 접할 사람들도 이따금 보고 힐링을 얻는 대상일 것 같습니다.
저는 이 영상을 통해 박두진이라는 시인과, 그가 지은 시를 소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나아가서 사람들이 ‘하늘’의 존재를 상기하기를 바랬습니다.
늘 우리 머리 위에 존재하지만 당장 앞에, 주어진 현실상황에 몰두하느라 정작 올려다보기 힘든 ‘하늘’.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자연을 돌아보며 정신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한결같이 존재하는 하늘이 있다는 것을, 우리와 멀지 않은 곳에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은 계절 따라, 시간대에 따라, 기상상황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하는, 그러나 변함없이 아름다운 존재입니다.
우리도 우리에게 닥친 상황 따라, 그날의 기분에 따라 자꾸 변화한다는 점에서 하늘과 비슷하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저 깊은 곳에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영혼이 있는 존재란 점에서도 하늘과 같습니다.
이러한 마음을 담아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이것이 첫 영상제작 경험이었기에 서툰 결과물이지만, 첫 도전이기도 하고, 감사하게도 수상도 했기에 엔코이에 지원할 때 꼭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제 글과 영상을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위 영상은 공*미 학생의 동의를 받아 게시되었습니다.
(지원자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하여, 영상에 나온 지원자의 사진과 이름 등을 블러 처리하였습니다.)
당사자의 동의 없이 공유하거나 불법적인 경로로 획득할 수 있는 정보나 방법을 제공하는 행위 및 무단도용을 엄격히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