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선발자 세전메: 돌멩이의 가치
임**
2022-11-2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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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겨울,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에
재학 중인 친구가 영상 편집 과제를 도와달라는 연락이 왔었습니다.
주변 인물을 인터뷰하고 편집하여 제출하라는 교수님 말씀에, 친구는 제가 어느 학교에 다니고,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지 같은 질문들을 준비해왔습니다.
그런데 촬영 내내 이상하게도 ‘나’에
대해서 인터뷰하는 것인데 진짜 ‘나’가 말하고 있는 것 같지
않았고, 해당 촬영본에도 그 어색함이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그래서 제가 조금 다른 방향으로 영상을 찍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었습니다.
저는 소설을 쓰는 수업에서 배웠던 것들을 적용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인물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기 위해서는 그 인물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것이 좋다고 했습니다.
‘나’에 대한 인터뷰 과제이므로,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부터 고민했습니다.
당시 저는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시작하여 내가 내 힘으로 ‘돈’을 벌어보았고, 돈의 가치를 처음으로 맛보았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싶다는 욕망이 강했고, 제가 사랑했던
문학조차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소홀했습니다.
어떤 때에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진실된 것을 더 잘 담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들은 이미 기성세대가 부여한 가치로 둘러 싸여있어, 그것을 직접적으로 보여줬을 때 역설적으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마침 주변 길가에 돌멩이가 널려 있길래, ‘돈’과 같은 물질적인 것들과 인간적인 욕망을 돌멩이에 비유해서 ‘돌멩이를 모으는 여자의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보았습니다.
우리는 장면 스케치 없이 즉흥적으로 의견을 나누며 한 장면씩 촬영을 해나갔습니다.
저는 미친 듯이 돌멩이를 모으는, 다소 허무하고 무의미한 일에 정신없이 몰입해 있는 여자를 연기하면서, 우리가 절대적으로 선망하는 돈의 가치로 인해 우리 사회에 벌어지는 수많은 만행들이, 완전히 다른 관점을 통해 본다면 그것이 실상 얼마나 무의미한지, 그 돈의 가치를 과연 누가 부여하고 있는지, 또 그 모든 허물을 벗겨보았을 때 돈과 돌멩이는 도대체 뭐가 다른지 고민해보았습니다.
영상을 찍고 나서도 이런 것들을 계속 생각했고, 일주일 뒤 즈음 친구와 다시 만나 후시 녹음을 진행했습니다.
이 영상을 발표하는 날에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다른 학우들이 모두 우리가 처음 찍고자했던 인물 인터뷰형식으로 평범하게 과제를 제출했다고, 우리가 잘못 만든 건 아닌지 걱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제작한 영상만 교수님의 박수를 받았고, 이로 인해 교수님께 각인되어 다음 학기 수업에서 이 영상 주제를 이어서 촬영해보면 어떻겠느냐는 교수님의 제안을 받았습니다.
이 영상을 촬영하면서 아무런 의심 없이 욕망했던 돈의 가치에 대해 고민해보고 답을 내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의식 성장이 가능했습니다.
이 영상에는 그동안 의심 없이 믿어왔던 기성세대가 부여한 가치를 파괴한 흔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상이 그 가치를 한 가지로 재정의하며 끝나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이 영상을 보고나서 스스로 어떤 가치를 좇아 살아가야 하는가를 고민해보게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앤코이에게 이 영상에 담긴 것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가 다소 늦었습니다.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에 재학중인ㅇㅇㅇ입니다.
먼저, 저의 세전메 영상을 봐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는 처음에 이 영상에서 인간 내면의 이기적인 욕망들을 돌멩이에 비유해서 ‘돌멩이를 모으는 여자의 이야기’를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제작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었습니다.
그런데, 재단에서는 ‘돌멩이’에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 외에도,'사람들이 살면서 스스로 애써 주워 모은 줄도 모르고, 무겁게 끙끙대며 안고 살아가는 인간 내면의 짐들(아픈 기억이나 상처들), 혹은 거짓 자아들(분리된 자아의 흔적들), 거짓 신념들' 등 여러가지로 새롭게 대입해 해석하시는 것을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재단에서는 영상 맨 마지막 부분에 '주워 모아왔던 돌들을 다시 흐르는 강물에 던져버리는 장면'을 특히 인상 깊게 보셨다고 하시며, 보는 사람의 시각과 해석에 따라, 여러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영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이번에 지원자가 정말 많다고 들었는데, 한 명 한 명 따뜻한 시선으로 관심을 기울여주시는 것에 감동했습니다. 여러모로 앤코이 재단의 세심한 다정이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앤코이가 말합니다’ 게시판에 들어가 모든 글들을 정독했습니다.
정말 좋은 글들이 많았지만, 그 중에서 ‘그대에게 주어진 강점은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영상을 만들면서, 또 신청서를 만들면서 계속
고민했던 고민들과 맞닿아 있는 글인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경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것은 서로 견제하며 협력을 멀리하게 되고,
비교 의식으로 인한 열등감을 안겨주기에, 원래 그 성취가 주었던 의미와 가치가 결코 오래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라는 문장을 읽고 제 고등학생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느끼기에 우리나라는 ‘성공한 인생의 루트’가 너무 명확히 제시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나이 대에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고, 그것을 벗어나면 이상하거나 모자른 사람 취급을 받는 사회입니다. 외재적 동기와 내재적 동기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내재적 동기가 무엇인지 깊이 탐구해볼 시간조차 갖기 힘든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앤코이의 글을 읽고, 제 내재적 동기를 탐구하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남들과 비슷한, 혹은
남들보다 좋은 대학교에 가려고 정신없이 공부를 했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후에는 무언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똑같이 행동했던
것 같습니다. 취업시장에서 남들에게 밀리지 않게, 학업과
여러 자격증, 대외활동을 준비했습니다. 모두 외재적 동기에
의한 행동이며 노력이었다는 걸, 앤코이의 글을 읽고 깨달았습니다. 분명
그 시간들도 나를 성장 시켜준 것은 맞지만, 어딘가 공허한 느낌이 들었거든요.
이제는 앤코이가 말한 것처럼 “자신에게 오롯이 집중해 보는 시간들”을 가지려고 합니다. “자신에게 주어진 것으로 ‘세상에 무엇을 기여할 것인지’를 찾다 보면 마침내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다는 앤코이의 말을 믿고 실패해보기도 하면서, 그렇게 ‘진짜
성장’을 해보고 싶습니다.
겨울입니다!
날이 추워지고 밤은 길어졌습니다.
따뜻하고 밝은 빛을 찾는 일이 더욱 필요해지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따뜻하고 밝은 빛을 찾는 일을 하는 앤코이를, 저는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모두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ㅇㅇㅇ 드림 -
※ 위 영상은 임*영 학생의 동의를 받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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