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말 신청서를 쓰며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박**
2022-10-2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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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99년생 ㅇㅇㅇ입니다.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 저는 앤코이 희망장학금 지원서를 작성하기 위해 두어 달 동안의 고민을 했고,제 얘기를 들어 주심에 감사하다는 말씀 먼저 전합니다.
최근 한 기사를 보고 적잖이 충격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70대 노인분이 “담배” 라고 말했을 때, 20대 편의점 알바생이 “2만원”이라 짧게 대답했다는 이유로 언성이 오가며 결국엔 알바생에게 욕설 및 폭행에 고소까지 이어졌던 사례입니다. 세대 갈등의 가장 극적인 사례를 대변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이가 많으면 당연히 반말을 해도 되는 지, 해당 사례에서 누군가의 잘잘못에 대한 얘기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그저, 요즈음엔 제가 유년기를 보냈던 세상과는 다른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요즈음에는 어려서부터 매체를 많이 접하고, 그만큼 자극적인 요소들에
많이 노출되게 됩니다. 저는 이 시대 흐름에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어려서는
지금은 금지됐지만 별거 아닌 이유로 선생님들께 많이 맞기도 하였고, 커서는 위 세대보다 비교적 일찍
스마트폰을 다루며 온라인 세상을 접했습니다. 무엇보다 슬픈 점은, 위
세대와 아래 세대 모두의 현재의 사회적 모습이 이해가 간다는 점입니다. 어른들 덕분에 이루어진 타 국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빠른 산업화는 현재 세대의 가장 강하게 영향을 미쳐 그 악영향이 오롯이 부메랑처럼 돌아오고 있습니다.
아래 세대가 받는 정보의 양을 따라가지 못한 위 세대들로 인해, 세대를
가르는 “꼰대”와 같은 단어가 만들어졌으며, 어느새 이는 단순히 온라인 상에서의 유행어 따위가 아니라 한국의 고질적인 “문화”로 자리 잡힌 듯합니다. 제가 살아온 시대에서는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어른들의 몇 마디가, 이제는 “꼰대”의 상징이 되어 세대를 절단하며, 서로를 비난하고 혐오하는 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어”, “요즘 어른들은
다 꼰대야”가 세대 간의 심볼이 되어 우리 나라의 인적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며 사회적으로나, 지식적으로나 수용 가능한 정보의 양은
줄어들어가며, 이는 아래 세대와의 공감을 이끌어 내지 못하게 되고, 이런
굴레는 자연스레 세대 갈등을 초래합니다. 현재 어린 친구들은 성장하며 점점 더 빠르게 정보를 수용하고, 갈등의 역치는 점점 더 낮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자리를 빌어 MZ세대 선배님들께 전합니다. 어느덧 저 역시도 꼰대라 불릴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저는 먼저 손 내밀 준비가 되었고,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후배들과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더 나은 점은 겸허히 배우고, 고쳐주어야 할 점은 넌지시 건네며 맞추어 나갑니다. 고작 스물 네 살이 스무 살에게 무엇을 이해한다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이것 또한, 이것 부터가 이해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이미 너무나도 망가져버린 사회적 구조에 한 발을 내딛는 것이 불필요하게 느껴지고 망설여지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의 어린 세대들도 결국엔 꼰대가 되어갈 것입니다. 제 위의 MZ세대 선배님들, 무릇 선순환이라는 것은 이미 그를 겪어 본 사람이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설령 그 물과 나의 물은 달랐다고 할 지언정, 더 이상 어린 새싹들이 고여버린 물에 썩어가지 않도록, 맑고 찬란한 물로 하여금 세대 갈등, 나아가 남녀 갈등이 만연한 혐오의 시대에서 성장하지 않고 건강한 사회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부디 용기내주세요. 항상 배웁니다. 고맙습니다.
지금의 세상은 혐오로 얼룩져 어디에 가도 그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근 몇 년사이에 제가 알던 세상과는 너무도 달라져 세대 간 갈등은 물론 성별 간 갈등도 도드라져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첫 걸음은 서로에 대한 존중과 이해라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먼저 온전히 나를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하며 무엇이 나를 살아가게 하는 지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스스로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고, 그것이 어렵다면 엔코이에서 제시하는 질문을 보고 고민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질문은 자연스레 고민하는 당신, 성장하는 당신을 만들 것이고, 이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여러분들을 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자세는 우리 세상을 살아가는 데에 나에게도, 남에게도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 글은 과제를 마치고 마음 편히 새벽에 작성하였습니다. 편안하게 작성할 수 있는 분위기의 소개서 양식을 주셔서, 한 번도 고민해보지 않았던 ‘나’에 대한 얘기를 이끌어 주심에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차고 날카로운 바람과 칠흙같은 어둠 속에도 왜 인지 마음이 편안합니다. 새벽의 사진을 첨부합니다. 더불어 편안한 마음을 가지는 앞날이 드리우시길 바랍니다.

<나에게 있어 가장 뿌듯하고 중요한 것>
가장 뿌듯한 제 모습은 “남들에게 멋있게 보여지는 나”이며, 나를 지탱하고, 가장
중요한 것 또한 다른 사람들의 나에 대한 인식인 것 같습니다. 학생 때는 친구들과 가족에게 보여지는
외모와 성적이 저를 대변했으며, 군대에서는 간부들과 선임에게 보여지는 체력과 처세가 그러했고, 복학해서는 교수님들과 후배들에게 보여지는 커리어와 스펙이 저를 존재하게 하는 듯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이따금씩 인정받지 못하면 항상 제 자신을 비난했고, 더
발전하고 나아진 나를 보여주기 위해 부단히 제 몸과 마음을 깎아냈습니다.
이 신청서를 처음 쓸 때도 그러했습니다. 기존에 정형화된 내 소개가
아니었기에 갑자기 마음이 답답해지고, 어떻게 써야할 지 모르겠고, 보시는
분들께 오롯한 나를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 지를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선배, 친구에게 얘기하듯 자유롭게 작성하라 권하셨지만, 심지어 가족에게도
해본 적이 없는 얘기. 저 스스로도 두어 달 간 처음으로 고민해봤던 주제입니다. 결국엔 그 어느 때보다 무엇도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상하리
만치 혼자서 글을 작성하는 것인 데도, 누군가에게 술을 한 잔하며 털어놓아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지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는 이 문항은 읽고 나서 바로 울컥할 정도로 제 안에 무언가 관통된 느낌이었습니다. 슬프고 우울했습니다. 군대까지 다녀온 24살 성인이 본인이 존재하는 이유가 남들 때문이라니, 누가 보진
않을까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사실 “그냥 나, 오롯한
나, 나”를 가감없이 보여줄 수 있는 당당함을 가지고, 그것이 가장 멋있는 나의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자존감을 가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요즈음 서구권에선 하얗고 마르고 잘생기고 예쁜 모델들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나와 마음껏 자신을 뽐내고, 이런 문화를 이따금씩 국내에서도 볼 수 있는 듯합니다. 주위 사람들은 눈살을 찌푸리기도, 험담을 하기도 하지만 저는 그냥
조용합니다. 밉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에. 사실은 한 마디
하고 싶습니다. 너무 멋진 것 같다고, 사회에서 부정적임에도
온전히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당당함과 자존감이 부럽다고. 제 존재의 이유는 이 신청서를 위해 고민한
시간과, 작성하는 시간 이래로 “오롯한 나”라고 하고 싶습니다. 주위를 위해 꾸며내는 것이 아닌, 누군가와 비교하는 내가 아닌, 그저 나를 사랑하고 아껴줄 용기와
당당함, 자존감이 있는 “오롯한 나”라고 얘기하겠습니다. 이 “오롯한
나”는 누군가에게 인정받지 못하여도 상관없습니다. 설령 그것이
나의 어떤 잘못 때문이더라도, 그것 또한 내가 사랑한 나이며, 오롯한
나임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엔코이를 만나 얻은 자아의 성취로, 오롯한 나로 발돋움하겠습니다.
※ 박*렬 학생의 지원서 일부를 발췌&편집하였습니다. 생각을 공유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