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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에서 공존으로(2)

앤코이 교육재단 2021-04-28 21:38 조회수 아이콘 187



우리사회가 개인의 이익이나 목표보다는 집단의 이익이나 목표를 우선시한다는 관점의 집단주의인지,

아니면 국가나 사회보다 개인의 존재와 가치를 더 중요시하는 사상과 태도의 개인주의인지에 대한 논란들이 있습니다.

서구사회에서는 과거 IMF 시절 '금모으기 운동'이나 '붉은 악마의 집단 응원'을 보고 

한국사회가 집단주의라는 시각으로 보곤 했었죠.


집단주의는 '부품'처럼 정해진 '역할'을 정해진 대로 해내는 것이 중요하고 '내 개인의 목표'보다 '집단의 목표'가 훨씬 중요한 사회입니다.

화합을 중요시하고, 집단의 목적을 위해 개인이 희생 가능하다고 여깁니다.


초기 연구와 다르게 최근의 연구 결과들에 의하면, 한국사회가 집단주의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말하는 학자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의 직장은 역할을 정해서 최적의 사람을 뽑는 조직이나 인사도 아닐 뿐더러,

특히, 집단주의 사회에서는 위에 정의된 특성들로 인해 분노가 높지 않은 것이 특징인데,

한국 사회는 국민들의 분노(자신에게 피해가 오거나 생각이 다를 때 일어나는 감정)의 성향이 비교적 높다 보여지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분노는 개인중심성향이 짙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높게 나타난다는 것이 일반적인 연구의 결과입니다.


그러면 한국사회는 개인주의일까요?

어르신 분들의 말씀을 듣다 보면 요즘 젊은 세대들을 가리켜 너무 개인주의이고 이기적인 거 같다는 표현들을 많이 접하게 되곤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주의나 이기주의의 뜻이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지 않아 생긴 일시적 혼동이나 편견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이기주의는 자신만의 이익을 중심에 두고 다른 사람이나 사회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는 입장이라는 뜻이고 

개인주의는 자신의 소신과 신념, 생각이 가장 중요하고 이에 따라 사는 성향을 말합니다.

결론적으로, 젊은 세대들을 비롯한 한국사회는 집단주의가 아니며 그렇다고 개인주의나 이기주의도 아닙니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한국사회는 젊은 세대건, 나이든 세대이건 상관없이

상대 의견에 따라 자신의 의견이나 행동을 바꿀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젊은 세대들 또한 직장이나 학교의 일상에서 점심에 무엇을 먹을지 메뉴 하나를 선택하는 데에도 타인의 선택을 함께 고려하는 것에 대부분 여전히 익숙합니다.

자신의 행복이 주변 사람들의 행복에 의해 영향 받고, 

여가 시간을 다른 사람과 함께 보내는 것이 즐겁다고 여깁니다.

직장에서도 내부의 합의나 관계를 통해 역할 수행이 이루어져 일을 하는 형태입니다.

사실 조직 문화가 힘든 이유 중 하나이죠.

앞에 언급한 한국인의 특성과는 달리, 조직 안에서는 규칙과 원칙 하에 완벽하게 정해진 역할을 수행해 내도록 요구 받으니까요.


우리의 기성세대들은 조직의 규모가 비교적 작을 때 시작했었습니다.

현재는 직원 수가 만 명이 넘을 만큼 커진 대기업이라 하더라도, 

과거 30~50년 전에는 직원이 기껏해야 5명에서 10명으로 시작했을 거라는 겁니다.

그만큼 하루 18시간씩 매일 얼굴을 보며 가족같이 가까웠기에, 회사가 곧 가족이 되고 관계가 곧 회사인 것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현대 사회 구조는 그러기 어려울 만큼 매우 커졌습니다.

대기업 안에서는 서로 얼굴을 모르는 관계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집단주의 속 부품이 된 거 같다고 말하는 우리 청년 세대들은 쓸모없어지면 버려질 것 같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합니다.


사실 청년세대들이 사회에 바라는 것도 기성세대들이 원했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죠.

어쩌면 청년들 또한 잃어버린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는 것일지도요.


사실 한국인에게는 1997년 국가부도 위기에서 십시일반 금모으기 운동으로 보여준 것처럼, 

서로를 돕는다는 자발적인 배려의 마음이 있습니다.

위기가 닥칠 때마다 구성원들끼리 유연하게 역할을 맡고 뛰어난 적응력을 보이는 것이 한국인의 강점입니다.

우리는 상황에 맞추는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이러한 현장 적응력은 유례 없는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이기도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200년에 걸쳐 이룬 것을 한국은 50년간 압축성장을 해왔죠.

전 세계 최초로 드라이브 스루 검사 방식을 도입한 한국은 위기에 강한 나라라는 인식이 이미 세계에 널리 퍼졌습니다.

멀고도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는 매뉴얼에 집착했기에 상대적으로 코로나 대응 시기를 놓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구요.

앤코이는 한국인이 가진 많은 장점들이 앞으로 세계적인 리더 국가가 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좀 더 하기로 하죠.



사회심리학자 허태균 교수님은 이에 대해 이렇게 언급합니다.

"한국인은 집단주의 성향도 개인주의적 성향도 아니다. 젊은 세대이건 나이든 세대이건 간에 상관없이, 관계주의적인 성향을 나타낸다.

관계주의란 1대1의 친밀한 관계에 따라 생각과 행동이 역동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심리 경향을 말한다.이것은 한국인만의 좋은 특색들로 드러났지만, 한편으로 현 우리 사회의 과도한 혐오와 부정적 평가, 낙인, 갈등이 한국 사회가 가진 관계주의의 부정적 특성의 일면이기도 함을 알고 되돌아 보자. 

상대가 나와 같아질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갈등이 커진다.

한국인은 더 이상 외국의 제도와 방식에 맞출 필요 없이, 이제 한국인만의 생존설명서를 만들어나가야 할 때다. 역할과 관계, 가치의 조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외국의 기준만으로는 발견할 수 없는 우리 사회만의 특징이나 분위기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렇기에 한국 사회만의 특성을 자각하고 이해하도록,

성별, 학연, 지연, 갈등, 혐오, 격차 등을 넘어설 수 있는 연결의 대화 방식과 새로운 아이디어, 관계 맺기의 기회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간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참 많이 애써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모든 사람이 같은 지향점을 가져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무리 안에서 모든 사람이 같은 생각을 하고 동일해지는 방식으로 '하나됨'을 투쟁으로 이룰 필요는 없다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생각하고 기대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것을 더 빨리 거쳐왔고,

이제는 숨을 좀 고르고, 자신과 주변을 바라보는 방식을 새롭게 할 때입니다.


우리가 서로 편을 갈라 범주화하고 낙인을 찍기보다는

사회내 구성원들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성숙한 방향으로 터놓고 대화하며 더 나은 합의점을 만들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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